2024년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한 영화 ‘파묘’(Exhuma)는 장르적 실험과 독창적인 스토리로 평단과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무속과 심령, 그리고 전통적 한국 문화 속 금기의 개념을 다루며, ‘죽은 자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서늘하게 풀어냅니다.
줄거리는 미국에서 괴상한 현상이 반복되는 한 부잣집의 자손이 조상 묘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무당 화림(김고은)과 제자 봉길(이도현), 풍수사 김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모인 이들이 금기된 묘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고 있습니다. 전통을 건드리는 공포, 영적 공백, 가족과 저주의 연결고리를 독창적으로 풀어내며, 한국식 오컬트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시대적 배경
‘파묘’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가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현대이지만, 그 속에 스며든 전통 무속, 풍수지리, 장례 문화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의 문화적 유산을 반영합니다. 영화는 과학과 이성이 우선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조상과 무속, 풍수 등의 비이성적인 믿음이 어떻게 여전히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묘를 파헤치면 안 된다”는 한국 전통 속 금기가 주요 갈등 요소로 작용하며, 이는 곧 조상과 후손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연결, 나아가 민족적 정체성과도 연관됩니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은 ‘파묘’를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사회·문화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등장인물과 연기력
‘파묘’의 몰입감을 책임지는 핵심 요소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무당 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은 이전보다 훨씬 깊고 진중한 캐릭터로 완벽히 변신하여, 고요하지만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냈습니다. 제자 봉길로 등장한 이도현은 순수하면서도 예민한 에너지로 극의 흐름에 활력을 더했고, 최민식은 노련한 풍수사 역할을 통해 노련함과 고뇌를 동시에 표현했습니다. 특히 그의 연기는 이야기의 무게감을 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유해진은 장의사 캐릭터로 출연하여 영화 속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적인 유머와 따뜻함을 잃지 않으며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들의 조합은 각기 다른 세계관을 지닌 인물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국내외 평단과 관객 반응
‘파묘’는 국내에서는 ‘한국형 오컬트의 진화’라는 찬사를 받았고,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특히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기술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는데,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며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고, 넷플릭스 글로벌 공개 이후 아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외신들은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수작’, ‘오컬트 장르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영화’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한국적인 소재가 세계적 보편성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서, 파묘는 단순한 영화 그 이상으로 기억될 작품입니다.
‘파묘’는 한국 전통 문화와 현대적 공포가 어우러진, 보기 드문 수작입니다. 단순한 오컬트 스릴러가 아닌 문화적 맥락과 철학적 질문을 내포한 이 작품은 백상예술대상 수상이 단순한 트로피 이상의 의미임을 보여줍니다. 지금 ‘파묘’를 본다면, 당신도 그 서늘한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